칼 던지는 재주가 좋은 한 사내가 있었다.

그 재주를 업으로 삼아 살인청부업으로 뒷골목을 전전하고 있었는데,

어떤 기회를 통해 등용이 되어, 결국 군대를 이끄는 장수가 되기에 이른다.


그런 그에게는 벽(癖)이 한가지 있었는데, 다름 아닌 병기 수집.

나라에서 받은 녹봉을 쏟아 온갖 진귀한 병기를 수집하여, 방을 채우고 또 창고를 채웠다.

그 수는 그가 이끌던 병사들을 전부 무장시키고도 남음이 있을 만큼이었다고도 한다.

특히 그가 직접 쓰는 병기에는 더욱 애착을 쏟아,

이웃 나라의 장인이 만드는 화려한 문양이 새겨진 칼만을 썼는데.

그 가격이 작은 비수의 가격으로는 실로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그가 뒷골목을 전전하던 시절에야,

상대방의 뒷통수에 칼을 던져 꽂은 후에라도 다시 그 칼을 회수하는 것이 손쉬운 일이었지만,

아비규환의 전쟁터에서는 그것이 쉽지 않게 마련.
 

그가 던진 칼은 일회용으로 버려지기 십상이었다.

어찌됐건 그의 무공은 일기당천.

그가 하나의 칼을 던지면 한명의 적이, 두개의 칼을 던지면 두의 적이 쓰러졌고.

때로는 적을 관통하여 한 칼에 두명의 적을 쓰러뜨리는 일도 다반사였다.

휘하의 병사들 또한 그를 따랐으니, 그의 군대는 연전연승.

이를 기특히 여겨, 국왕은 사내가 출전할 때 마다 그를 위해 수입한 칼들을 하사했고.
사내는 언제나 그 칼의 수보다도 더 많은 적장의 목을 말안장에 달고 돌아왔다.

이런 선전에도 불구하고, 전쟁은 그의 군대만이 하는 것이 아닌지라. 전황은 악화일로.
이에 따라 나라 사정도 어려워지고, 교역로 또한 봉쇄당함에 따라 그에게 하사할 칼을 들여오기도 어려워졌다.
결국 그가 출전할 때마다 던진 칼을 회수하기 위한 별동대가 조직되기에 이르지만.
그 회수율 역시 만족스럽지 못한 수준이었다.


결국 나라에서는 대안으로,

그가 모르게, 나라 안에서 가장 유명한 장인을 찾아 그 칼의 정교한 모조품을 만들게 하여 그에게 하사했다.

그렇게 출전한 전장.
언월도를 치켜든 적장이 사내를 향해 말을 달린다.

칼을 날리기 위해 품속에 손을 넣었던 사내는 잠시 주저한다.

그러나 이내 자세를 고쳐잡고 칼을 던진다.

이는 정확히 적장의 가슴팍에 날아가, 입고입던 갑주에 꽂힌다.

.

하지만 그것이 적장의 심장을 꿰뚫기에는 몇 치만큼이 모자라,

적장은 쓰러지지 않고 사내를 향해 계속 말을 달린다.


결국 사내는 적장에 의해 목이 베어졌다.


목이 베어지는 찰나, 사내는 이런 말을 남겼다고 전해진다.

"아이 시팔 이래서 짝퉁은..."

*. 그가 본래 쓰던 칼의 추정 경도는 HRC 60. 이는 현대에 쓰이는 S30V강에 준하는 것이다.

TOKI ASAKO - DEBUT 중

It's a short life


2008년 1월.

Posted by 검은튤립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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